모든 것이 예술이다.
책이란 것이 한정된 지면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품을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주제나 소재의 제한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읽은 미술관에 관한 책들은 그림이나 조각, 건축물 등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이들 작품과 관련된 작가, 그리고 작품이 나온 시대적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작품의 이해를 높이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였습니다. ‘한낮의 미술관’은 미술관을 테마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과 미술관을 소장한 지역, 그 지역을 터 삼아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구글 지도를 열어놓고 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길을 따라 걷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로마와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의 공기를 마시며 햇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고, 흥얼흥얼 콧노래도 불렀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릴 두려움도 없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도 없었습니다. 글을 따라 길을 잡고, 삽입된 사진을 보며 발을 멈췄습니다. 이런 여행 너무 좋습니다. 방해받지 않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입니다. 제가 집중한 것은 그림과 조각, 건축물 만이 아니었습니다.
저자 강정모는 20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합니다. 가진 것도 없고 이끌어주는 사람도 없는 삶이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졌고, 그때 혼자 유럽 여행을 했는데, 이것도 남들이 다 가니까 떠났지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목수 성 요셉’을 본 후 그의 인생은 예술 작품으로 가득 채워졌으며, 방황하던 청년에게 예술이 주는 감동은 그 전에는 갖지 못했던 든든한 후원자의 격려와 응원처럼 다가왔고,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예술이 주는 감동은 변치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예술에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는 예술 여행 전문기획자로서 여행 관련 사업가로서 진로를 결정하였습니다.
‘목수 성 요셉’을 통해 예술 작품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습니다. 강정모의 20대의 고민과 그가 요셉과 예수를 보면서 없던 후원자를 만나고 가슴속에 작품을 새겨 넣고 느끼더니, 인생의 목표가 생기는 과정이 비디오 아트의 형식이 되어 책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의 어디, 몇 쪽에 작품이 수록되었느냐고 물으신다면 반문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그 작품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강정모가 만든 그 작품이 보이지 않았습니까?”
프랑스의 자끄랑 전 문화부 장관이 “문화는 생활 그 자체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했다고 소개합니다. 자끄랑은 사람의 삶 자체가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말을 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 모두 힘든 삶을 살든, 즐거운 삶을 살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을 보면서 나만 불안한 게 아니었구나. 자코메티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공감을 하는 이유입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댄스’를 보면서 춤추고 입 맞추던 시간을 누구나 추억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아직 조각을 만드는 손기술과 물감을 배합하는 눈이 섬세하지 못해서 비슷한 작품을 못 만들 뿐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라고 믿습니다.
손재주와 색감이 뛰어난 화가일지라도 아예 대상의 형태까지 없애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가 그렇습니다. 그는 늘 음악이 미술보다 상위 예술이라고 여겼는데 음악은 느낌을 표현하지만 미술은 형상으로 보여주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회화가 가진 기본 속성인 점, 선, 면 만을 사용해 소리를 화폭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우리도 점, 선, 면만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습니까? 마르셀 뒤샹은 ‘샘’이라는 작품을 통해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을 통해 생겨나는 다양한 관계, 즉 해석과 개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합니다. 예술가의 발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상주의가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이미지의 재창조를 논할 때 뒤샹은 아예 예술의 개념에 대해 걸고넘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헛소리를 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논쟁을 할 때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손재주와 색감 등 스스로 우리의 창작능력을 불신하게 했던 장애물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단단해지시죠?(2편에서 계속)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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