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과 마이너 필링스(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도서출판 마티 )
독재정권의 마수를 피해 이민을 갔던 부모들은 사상의 자유를 누리기보다는 하루의 일상을 살아 내기조차 버겁습니다. 백인들이 주류인 곳에서 인종차별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 방어가 내면화되었습니다. 투자 이민을 간 것도 아닌 곳, 흑인을 무시하지만 그들의 주머니를 바라보고 산 모순의 일상 속에서 속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을까요. 결국 모범 소수자의 지위를 얻음으로써 만족해야만 했던 불만의 세월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라오스 근로자가 3년의 근무를 한 후, 라오스에 잠깐 휴가를 갔을 때, 고향 사람들의 부러움은 대단합니다. 매월 송금한 돈으로 집 짓고, 땅도 샀습니다. 한 달 급여가 30만 원도 안 되고 일자리도 없는 라오스에서, 한국에서 보내오는 아들, 남편의 100만 원이 넘는 돈이 가진 위력을 이웃들도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며 한국을 방문한 친척에게서 느꼈던 부러움은 돌아보면 결국 한국 내 라오스 근로자의 이웃들이 가졌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진 않았을까요?
이제는 살만해서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는 미국에 정착하는 한국계 미국인이 많아졌습니다. 유학이 자유스럽고 유학생이 많아지자 귀국한 유학생이 영어가 유창해도 한국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가 봅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만족한 정착을 할까요? 이중국적을 가지고 한국과 미국을 두리번거리고, 기웃거리지는 않을까요?
캐시 박 홍은 미국 이민 2세입니다. 로스엔젤리스 한인 타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입니다.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교육받은 만큼 미국 사회를 불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 소수 민족인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갈 때, 그녀의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그녀의 글은 우리가 들었던 미국의 한국인 이민자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캐시 박 홍의 문제의식과 현실인식을 확인하자 처음 미국 이민을 결행한 그녀의 부모가 생존을 위하여 펼친 대서사시가 그녀에게서 반복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가 경제적 결핍에서 벗어난 뒤에 나타난 자녀의 정신적 결핍 극복의 대서사시의 반복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디 캐시 박 홍의 노력이 다음 세대의 고민으로 이어지는 유전의 사슬을 끊어 주길 희망합니다.
이 나라를 떠나 이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독재권력 때문에 이민을 가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요? 꿈을 찾아 떠나거나, 이 땅에 실망하여 떠나시는 많은 분들이 모두 잘 정착하길 바랍니다.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소외감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마이너 필링스(소수인종의 소외감)에 가슴 아픕니다. 선거철이 되어 지지고 볶으면서 국민들을 갈라치는 선거전략에 너도나도 편을 갈라 싸우느라 난리입니다. 그런데 캐시 박 홍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또한 엄청난 특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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