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1. 한국인 의식구조의 선진성
코로나19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평소에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하던 나라들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평소 선진국이라며 자부심을 갖던 자신들도 깜짝 놀랐는지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프랑스 경제지 레제꼬에 기고문을 썼던 비르지니 프라델이란 변호사는 한국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위치추적을 하는 것은 감시와 고발이 일상화 된 나라여서 가능한 것이고, 프랑스가 한국을 따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후를 보면 프랑스는 국민들의 이동을 강제적으로 막는 시책을 펼쳐 코로나19의 위험을 줄이려고 노력했고, 지금 2차 대유행을 맞이해 다시 락다운, 통행금지 등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다른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시위를 통하여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유교사회라서 국가의 통제에 순종한다는 말은 우리 국민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땅에 공자가 죽었다고 한탄하던 유교인들도 지금은 거의 멸종 수준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일상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은 언제, 어디를 가던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정부의 방역정책에 열심히 따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마음이 있다. 그 공동체의 번영 속에 나의 번영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공동체를 위한 일에는 너 나가 없이 합심하고 행동한다.”
“나의 안전을 위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안녕이 나로 인하여 침해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서서 마스크도 쓰고, 방역지침도 따른다.”
어느새 우리는 공동체를 우선하면서도 자신의 권리인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는 선진국민인 것입니다. 나만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과도하거나 무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비판과 배척에 노출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민노총이 코로나19의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선 상황임에도 국회의 노동관련 입법이 개악이라며 집회를 강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여당도 이에 대해 반대를 표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마음은 더 격한 표현의 반대가 일반적일 것입니다. 정의당도 민주노총도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는 이유는 자기 만의 정의를 주장하며 타인의 위험을 무시한 채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자기계급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의 대형노조들은 귀족노조라는 확정을 받은 상태이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오히려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걱정하고, 과로에 희생되는 택배원들을 소비자들이 염려합니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특권층을 직감으로 구별해내는 선진국민인 것입니다.
2. 좌파 정치의 실패
미국의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지만, ‘트럼프 시대’는 남을 것이라고 시사in 천관율 기자가 쓴 기사를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피케티의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소개하면서 좌파 정치가 소득의 재분배에 실패하여 저학력. 저소득 노동계층이 좌파 정당에서 이탈했고 이들은 다른 인종, 다른 국가와의 경계를 선명히 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져도, 다음 선거에 재출마할 것이라는 설명에 ‘턱도 없다’는 말을 못 하는 것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로나19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미국이 국내 정치에서도 우리에게 본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배우려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소련이 붕괴되면서 좌파들이 좌절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김동연 씨가 KBS ‘명견만리 Q100’에 출연하여 ‘한국경제의 키핀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껏 해온 정부 주도의 성장, 국가 개입주의가 더는 작동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며 "양극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고, 치열한 경쟁과 극단의 이기주의로 불신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승자독식 전쟁을 끝내고 사회의 작동 원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총리는 승자독식구조 타파를 위해 경쟁과 효율 위에 공존과 협력의 가치를 더하고 제도와 의식을 개혁하는 '공감혁명'을 제안하면서, 그는 "공감혁명이 지향하는 혁신을 위해 지대개혁으로 규제하고 부동산 투기, 철밥통 등 노력이나 기여보다 훨씬 큰 초과이익이 나오는 부분을 없애야 한다"며 "'진짜 실력사회'를 구축하고 안정성과 유연성을 함께 올리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또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 안전망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시도, 시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이 필요하다"며 "판을 바꿔 온 국민이 혁신 주체가 돼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습니다.
3. 새로운 시작
세계가 돌아가는 소용돌이를 항해하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힘이 없어 끌려다니며 노예생활에 버금가는 구석까지 몰려본 경험이 있는 우리국민들입니다. 강대국의 힘에 이끌려 동족 간 전쟁까지 겪었던 우리입니다. 이제 조금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강대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중인 우리입니다. 무슨 일이던 좌우로 나뉘고, 노사로 나뉘며, 친정부와 반정부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양극화를 염려하는 국민, 약한 자를 도우려는 국민들이 소금과 같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도모한 대통령을 17년 동안 감옥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다스는 누구 꺼냐?’고 물었고, 국민이 준 권력을 친한 사람에게 마음껏 행사하도록 한 대통령을 탄핵시켰습니다. 김동연 전 장관이 혁신 주체로 시민을 거론한 것은 이런 힘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합중국 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도 보기가 싫습니다. ‘트럼프 시대’의 존속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시작을 하여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국민,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선진 국민이 있기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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