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한낮의 햇볕이 뜨겁다. 이번 여름에는 더위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예보가 벌써부터 들린다. 기상예보는 가끔 맞지 않을 경우가 있지만
강낭콩은 절기를 맞춰 싹을 틔운다.
중부지방에서 강낭콩의 적정 파종시기는 4월이다. 로터리를 치고 이랑에 비닐을 치는 작업을 이웃 사람에게 부탁을 하였기에 내가
원하는 시기보다는 늦어서 작업이 끝났다. 그래서 강낭콩을 심은 시기가 5월 초순이었다. 강낭콩을 파종할 이랑이 30개가 넘어 하루에
다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나눠서 닷새 만에 파종을 다 했다. 그리고 비가 내린 날이 이삼 일 있었다.
엊그제부터 비닐에 낸 작은 구멍으로 싹들이 보였다. 다행히 비닐 구멍을 잘 벗어난 싹들도 있지만 비닐아래에서 머리를 내밀려 애쓰는
녀석들도 많이 보였다. 결국 처음 마음과는 달리 호미를 들고 밭으로 갔다. 비닐의 뚫린 구멍을 벌려 잔뜩 주눅든 녀석들의 기를 세워주었다.
그리고 비닐이 뜨거워져 싹들에게 화상 입힐 우려를 대비해 바람에 너풀거리는 비닐을 흙으로 덮었다. 호미작업은 항상 그렇듯
무릎이 아프다. 엉거주춤 오리걸음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게걸음으로 옮겨 다니는 자세는 남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자세이다.
밭을 휘젓고 다니시며 일을 하는 할머니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한 고랑을 작업하고 허리 펴고 하늘을 본다.
그리고 작업을 해야 할 이랑을 둘러본다. 직원들이 몇 이랑을 고구마나 고추를 심느라 가져가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한다.
콩을 심으면 항상 느끼지만 그 생명력에 감격한다. 며칠 동안 작업을 하겠지만 다 하지 못하더라도 콩들은 쉽게 죽지 않고 고개를
내밀 것이다. 그들의 감동적인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도 비닐을 걷고 흙을 덮는 작업을 해야 하겠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다고 한다.
싹들이 키를 부쩍 키울 것이다. 지금은 5월이고 내달이면 수확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무주에서 태어난 강낭콩들이 경기도 이천으로 이주를 했다. 이사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살아내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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